와피데일 W70 : 사운드 리노베이션

작성일 2012-04-18

멀티웨이 빈티지 스피커가 있습니다. 이 스피커가 소리를 담으려면 기가막힌 발란스가 유지 되어야 합니다.

풀레인지 스피커는 그 스피커가 가지는 고유의 음색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개의 유닛이 합쳐져 멀티웨이가 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서로의 영역이 중복되어 차고 넘칩니다. 그 '개성'들을 하나의 소리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고, 중, 저 발란스를 오래 들어도 탄복할 만큼 심혈을 기울여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완성된 선율은 오늘날에도 과연... 좋습니다. 빈티지 스피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차마 무너뜨리기 어려운 소리결이 담겨 있지요.

하지만, 치명적으로 오늘날을 버티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정위감'과 '리얼리티'입니다.

오늘날 높아진 청감은 빈티지 스피커에서도 그것들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 오래 버티지 못하는 약점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더욱 세련된 오늘날의 튜닝은 정위감과 리얼리티에 더하여 빈티지의 '안락함'을 담는 것이 가능해 지기도 하였습니다.

거기에 빈티지 스피커의 아름다운 자태는 더더욱 매력을 더합니다.

와피데일 W70 이라는 빈티지 스피커가 사운드 리노베이션 의뢰차 입고 되었습니다.

나직한 가구 같은 모습인데 12인치 우퍼, 8인치 우퍼, 4인치 트위터 구성의 3웨이 스펙으로 되어 있습니다.

유닛은 모두 오디오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알리코 자석으로 되어 있습니다.

입고후 시청실에서 들어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놀랍게도 멀티웨이 빈티지 임에도 소리의 완성도가 대단하였지요...

약점을 찾기 위하여 대편성 음악도 들어 보았습니다만, 상당 수준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사운드 리노베이션의 잇점을 담기 위해 거듭 고민하며 소스를 바꿔 보았습니다.

반복하여 여러 음악을 듣고 있는데, 처음 좋게 들리던 음악들이 가까스로 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흐려진 정위감은 소스에 시간을 잊고 손이 가게 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나름 차분함은 있었지만, 그것이 이 스피커의 캐릭터로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을 정하고 뒷판을 열었습니다. 견고한 목재 짜임새,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는 각 유닛들... 다행히 흡음재는 석면이 아니더군요...

놀랄만큼 간결한... 네트워크라고 하기 힘든 부품.. 들 입니다.

정리하면 중음은 밴드패스필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 부품 없이 바이패스 되어 있었고요, 고음은 오일콘덴서 하나, 저음은 코일 하나로 음색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듣고 있던 소리의 핵심이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와피데일의 오랜 기술력에 고개를 숙이게 합니다.

코일과 콘덴서는 나중에도 다시 복원이 가능하도록 잘 두고 새로 '칼라스 4차필터 네트워크'를 꾸몄습니다.

설계한 소리결을 담기 위한 구성입니다. 우퍼, 중음 각 유닛의 성향에 맞춰 필터도 추가하고 나중에 대역별 발란스 필터도 추가하였습니다.

기존 네트워크에 비하면 엄청 복잡한 칵테일을 연상케 하는군요.

스피커 선 연결을 편하게 하기 위하여 단자도 개조하였구요.

새 네트워크를 장착하고 공장의 소박한 시스템에 연결하여 듣는 소리는 실로 모던과 빈티지를 넘나드는 소리입니다.

알리코 자석의 유닛이 만들어 내는 과하지 않은 대역별 소리결,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정위감과 리얼리티입니다.

한번 방문해서 중간점검을 부탁하였지만, 의뢰하신 분은 그날로 싣고 가셨습니다.

몇 일 더 듣고 싶은 소리였는데...^^

그런 스피커 한 조 있었으면 참 행복하겠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