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 오디오 와트 퍼피 5 : 레퍼런스급 사운드 리노베이션

작성일 2014-02-06

- 들어가며
 
많은 튜닝작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기념이 될 만 합니다.

윌슨 오디오의 와트 퍼피 5을 튜닝하였습니다.

복각이 아닌 정품입니다.

의뢰하신 분은 두세 달 전부터 고민했고, 상담 전화를 했습니다. 주변 만류를 무릅쓰고 먼 지방에서 이곳까지 오셨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우퍼가 손상되어 후기 버전으로 교체 되었던 것입니다. 그 바람에 기존의 네트워크와 맞지 않아 저음이 어딘가 어색하였습니다.

소리라는 것이 어느 한 군데가 어색해지면 전체 균형이 무너지는 법이지요. 새로 회로 구성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조언하였습니다.
 
그래서 정품 와트 퍼피 5.1을 열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열기 전에 세팅하고 소리 한번 울려 보았습니다.
 
전체 소리에서 저음이 동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네요. 소리의 맥이 중 저역에서 끊어져 부풀어진 저역으로 어색하게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 와트 퍼피 5 고찰

와트 퍼피 5는 상단 모듈만으로 와트라 하여 독립된 모델로도 운영됩니다. 그리고 완성형은 우퍼부라 할 수 있는 퍼피와의 합체 입니다.

그렇다면 2웨이인 와트와 우퍼인 퍼피의 구성이어서 2.5웨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회로를 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와트 퍼피 이 스피커의 회로는 볼 수 없게 밀봉되어 있었습니다.그렇지만, 배선의 형태로 판단할 수 있는 스펙이 있지요.

퍼피의 내장 회로에서 일부 소자를 거쳐 와트로 배선이 지나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와트로 가기 전에 로우 컷 필터를 거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소자가 와트의 고역부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이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만, 엄밀히 말하여 3웨이인 것은 맞습니다.

와트 퍼피 캐비닛은 한편으로는 감동할 만한 정성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선, 재질은 인조 대리석으로 보이더군요.(이것을 윌슨 오디오에서는 Material X 라 부릅니다.) 내부에 MDF와 결합하여 조립되어 있었습니다.

굉장히 무거운 와트... 왜인가 열어 보았더니, 바닥, 양 옆 세 군데 납덩어리가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인조 대리석 캐비닛이었고요.

네트워크는 육중하게 바닥 한가운데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알미늄 케이스에 담겨져 흑색 고형물질로 채워져 있어서 회로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소리를 듣자하니, 그다지 확인하고픈 생각은 간절하지 않았습니다. ^^

그 자리에 새 회로를 배치할 수 밖에 없어 일단 탈거하였습니다. 

빈틈이 없는 퍼피... 8인치 더블우퍼가 채워져 있고, 사방 열십자로 칸막이가 있었고, 공통 덕트가 후면으로 배치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상단에는 우퍼용 회로가 역시 알미늄 케이스에 밀봉되어 배치 되어있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이상적이었던 부분입니다.

대개 동일 규격의 우퍼를 더블로 사용할 경우 동일 공간에 부담없이 배치하는 설계를 흔히 봅니다.

예전 인피니티 카파 9에서도 그랬고, 다른 많은 모델들이 캐비닛에 매우 세심한 정성을 기울여 설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일 우퍼 더블 시스템에서 한결같이 동일공간에 두 우퍼를 배치하는 설계를 하는 것으로 보아

저음에 대한 기준이 저와 달랐던 것인지 문제점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인지 의아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동일우퍼라 할지라도 동일 공간에서 의도하지 않는 특정 주파수 대역에서의 공진이 어김없이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이 부분을 개조해야 했습니다.

우선 각 우퍼별로 챔버를 만들고 뒤로 공통 공간을 두었습니다. 그리고, 각 챔버에서 작은 구멍만으로 에너지를 공유하게 타협하였습니다.

우퍼 네트워크는 우퍼 하단의 여백에 흡음재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배치하였습니다.

- 소리 만들기 (튜닝)
 
우선 각 유닛에서 배선을 각각 외부로 뽑아서 특성을 측정하였습니다.

각 유닛별 특성 그래프는 훌륭한 형태로 나왔습니다. 각 대역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선정하는 데 무리함이 없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고음만 8Ω이고 중음, 저음 공히 4Ω 시스템이었습니다. 이 역시 저에서 중으로 흐르는 에너지 밀도감을 균일하게 하겠다는 배려가 엿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고역의 임피던스를 8Ω으로 한 것은 더 나은 특성과 부드러움을 위한 배려이겠지요.
 

그래서 선정한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697Hz, 3726Hz 입니다. 이 수치는 전적으로 유닛특성에 입각한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주어진 포인트라 하겠습니다.

작업은 레퍼런스급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중, 고음 회로와 저음 회로를 나누었고, 각각의 챔버에 배치하였습니다.

- 결과

이제는 하이엔드 스피커라는 말, 수긍할 만 합니다.
 
충분히 배려한 캐비닛과 세심하게 선정한 유닛의 조건으로 전제하여 설계한 네트워크구성이었고, 그래서 나온 소리는 그 자체가 정답인 듯한 신뢰를 갖게 하는 음질입니다.
 
각 대역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처음에는 미심쩍었지만, 네트워크에 전기신호가 흐를 수록 안정화 되어 스스로 소리 하나하나가 제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튜닝작업으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머지않아 칼라스 스피커가 또 한번의 사고를 치지 않을까 싶은 예감이 드는 작업이었습니다.

오늘 오전 12시 경 의뢰인께서 방문하여 완성품을 무척 기분좋게 수령해 가셨습니다.
 

듣는 내내 소리가 부드럽고 사실적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제는 댁에 무사히 도착하여 더이상 왜곡없는 소리를 확인하는 일만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