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F 105/3 개조 : 사운드 리노베이션

작성일 2009-11-10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았습니다.

'게이샤(기생)'가 되려면 모든 사적인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오로지 움직이는 하나의 예술품으로만 존재해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직업의식일까요? 스피커 제작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역시 스피커 제작에 모든 사적인 욕심 버리고 오로지 예술을 담는 하나의 결정체로만 존재해야 한다고...그렇게 대입해 보았습니다.

다른 어느 스피커보다 더 낫던지 못하던지 에 대해 연연하지 말고 말이지요...

그렇게 스피커 소리 하나 하나에 생명을 잉태하듯 '産苦'를 치루면, 그래서 얻어지는 소리는 정말 색다른 의미있는 소리가 됩니다.

어떻게 표현하기 힘든 분명 전과는 다른 어떤 소리가 되어있는 것이지요. 그러려니 매번의 튜닝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뜻하듯 되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스피커 개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사운드 리노베이션'은 어떨까요?

그것은 '무'가 아니라 '마이너스'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상 스피커의 기존 컨셉 중 동의할 수 없는 스펙에 대하여 수정작업을 통하여 난관을 극복하고 그 다음 뜻하는 소리로 나아가는 과정이니 그렇습니다.
　
 

KEF 105/3 스피커의 작업이 계속됩니다.

중저/중고/고 음역대와 달리 정확하게 90도 돌아 나오는 저음의 형태는 단순하게 돌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캐비닛 형태로 인하여 주변 중저역대를 죽이면서 낮은 저역대를 펌핑작업을 통하여 출력을 배가 시키는 형태로 저음을 만들어 냅니다.

저차 필터 네트워크로 발란스만 맞추었을 때는 그런데로 용납되는 소리였는데, 4차필터 네트워크로 튜닝하니 미세한 위상 오차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중저역대 뜻하지 않는 딮이 생기고 드러나는 저음은 거북하게 많고 또 깊었습니다.

가까스로 완성된 소리는 일부 음악에서는 수긍할 만 하였습니다만, 대부분의 어쿠스틱 음악에서 아니더군요...

고민 끝에 우퍼의 90도 위상차를 수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내부 우퍼스피커를 무시하고 전면에 새로 홀 가공을 하여 우퍼를 장착하고 또 리플렉스 덕트를 만들기로 한 것이지요.

목가공 작업은 정말 친하지 않은 작업인데, 완성되어 있는 캐비닛의 수정작업을 인근 목공소에서 손대려 하지 않았습니다.위험부담이 있어서 였겠지요.

궁여지책으로 손수 작업하기로 하였습니다. 홀을 캐비닛에 그린다음 끌과 망치를 이용하여 한조각 한조각 파 나갔습니다.

오랜 작업끝에 홀이 완성되고 덕트도 제 위치를 잡아 홀 가공을 하여 작업하고... 작업실 내 온통 톱밥천지가 되었네요...ㅜㅜ

유닛은 포칼 8인치로 새로 장만하였습니다. 이제 기존 네트워크의 로우패스필터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기존 유닛들과 새로 장착한 우퍼의 감도 차이가 소리 잡기의 관건이지요... 다행히 넉넉한 저음을 담아냅니다.

약간의 미조정을 통하여 의도한 소리결을 만들 수가 있었습니다.

신기합니다. 그리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들고, 좋습니다. 지금 정통 4웨이로 새로 탄생한 수정 KEF 105/3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입니다...